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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하고 싶었던 말

2I20 2025. 3. 18. 00:13

https://youtu.be/OxnHvjlhImA?si=GSnC0wE4yiuS1-fT



700일도 넘은 일이지만 그날의 지하철이 묘하게 서늘했던 것이 기억난다
첫 라이브 처음 보는 아이

그냥 친구의 친구를 만나는 자리

그냥 친구의 친구에게 이색문화를 체험하는 날일 뿐이었는데 그날은 나조차 이렇게 빠져버릴 줄은 몰랐어서, 마땅한 응원도구도 없이 주먹만 내리 휘두르다 시간이 가 버렸다




당시의 나는 갓 성년이 되었지만 그대로 멈춘 채
성장했음을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에 그쳤다
그저 담배 한 갑 살 때 당당할 수 있을 뿐 달라진 것 하나 없이 자신이 ‘어른’ 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ㅋㅋ)
미성년이라는 단어에 지릿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고,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 착각하고 무엇 하나에 맘 두지 못하면서, 늘 가벼움을 핑계 삼아 상처 받는 것을 거부하기 일쑤였다
진지해지면 쪽팔리니까 대충하는 것이 멋있는 줄 알고



무대를 보고 나와서는 한참이나 이요와 떠들어댔다
얼마나 멋있는지, 얼마나 예뻤는지
무엇 하나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빛났는지

이런 공연을 알려줘서 고마워 하고 이요와 지하철에서 인사를 나눴다

집으로 가는 길이 유달리 길었다



누군가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나?
어떤 사람이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거지?

꿈에 이요가 나왔다

살랑살랑 작은 걸음을 총총총…
토끼굴에 들어가는 이요


춤 춰 본 적 있어?
어… 학교 축제에서 벌칙댄스 춘 거…정도?
노래는?
노래방에서 1점 받은 거 실물로 본 적 있어?

이요가 깨나 고생 했습니다
Bis stupid 를 연습하며 성심성의껏 알려주던 이요의 표정이 선명하다 그게 벌써 작년 7월의 일이다


고작 공연이고 고작 취미라며 퉁치기에는 이요의 장난 섞인 말 하나에도 울음이 났다
난 너랑 오래 오래 같이 하고 싶다며 연습실에서 울었다
난 잘하면 하고 못하면 안 하고 싶다
내가 못하는 걸 하는 것이 처음이다 그것도 열심히 하는 것은 더더욱 처음




미국에 갔다
자꾸 뭘 그리냐 묻는 언니
그 속에는 이시비프로 얘기만 있어서 보여줄 수 없었다

의상, 컨셉, 포스터
기껏 13시간이나 날아가 놓고 머리가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22를 모으기 시작했지 크크



이요가 언젠가 물었었는데,
왜 하려는 거야? 라고
나는 그 때 한참 고민만 하다가…
재밌고 싶어서……
부끄러운 이유지만 가장 진심
사실 이요가 아니었으면 시작할 생각도 못 했을 진심!




처음 포스터를 올리고는 심장이 두근대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샤 찍고, 연습실에서 부랴부랴 레이아웃을 수정하고
올렸을 때는 하루 종일 입맛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를 해왔기 때문에 시험을 자주 치뤄야하는 환경에 익숙했다
따라 긴장을 안 하는 체질이라 생각을 했는데 속이 울렁대는 걸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감도 안 잡혔다 흑연 냄새가 코에 알싸하게 맴돌았다 살려주세요 천지신명님 하느님 뭐 시간 남는 아무개 신 분들…하며 밤새 콩닥대는 심장 부여잡고 앓아 누웠다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혼나는 게 무서워서 숙제를 변기에 내린 날
그 때 잔뜩 혼날 걸
혼나는 게 무서워서 좋아하는 것을 안 좋아한다 말한 날 그 때 그냥 솔직히 말할 걸
왜 그 때 노력하는 나 자신을 쪽팔려 했지?




공연을 마쳤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집으로 가면서, 후회가 남았다
더 잘할 걸 더 노력할 걸…이제 와 느낀 것도 부끄러웠다
그리고 정말 정말
정말 재밌었다
많이 재밌었다



공연 다음 날인 오늘은 밖에도 안 나오고 계속 잠만 자느라 감사한 맘을 전달하는 것이 늦어졌다…
다만 앞으로도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늘 이 맘 그대로일 거라는 것
이 온도가 불변할 거라는 것

늘 홍대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생전 처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들뜬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여전할 거예요

아직도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늘 재미를 좇고 싶어요
함께 동행해주세요
꼭 재미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부끄럽지 않은 초심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시비프로의 시소 올림